84학번인 나는 대학을 다니면서 '사서'를 꿈꿨다.
당시 사서는 도서관학과를 나오는 코스가 아니라 2년 코스였다. 성균관대 사서교육원이 유력했다.
하는 일은 새 책이 나오면 어느 자리에 두어야 할지 고민해서 분류기호를 달고 폐가식 도서관에서는 도서카드를 뒤져서 분류기호를 적어 오면 책을 내주는 일이 전부로 보였다.
논문을 쓰기 위해서 사서에게 상담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 달라고 요청하는 고급진 일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도서관 밖의 상황은 흉흉했다. 수업은 절반도 못하고 시위판이 벌어졌다. 최인훈의 [광장]에서 '어느 편에도 속할 일 없이 그저 감기환자에게 약봉지를 건네며 몸 조심하라는 말만 하면 되는 약사라는 직업처럼' 사서라는 직업이 내게는 세상에 나가지 않고 밥벌이 하기에 딱 으로 보였다.
나는 그 길을 가지 못했다. 도서관을 갈 때마다 부러워 하면서 살았다.
30년이 흘러 책 읽기를 좋아하는 도시에서 공무원을 하게 되면서 다시 사서를 부러워한다. 세상 더 없이 약한게 공무원이어서 제 맘대로 할수 있는게 별로 없는 자리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예산을 만들어서 일할수 있으니 더 없이 자유로운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사서는 부럽다.
요즘 사서는 역할이 많이 달라졌다. 다양한 강좌를 만들고 공부하러 온 이들에게 공부할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 일도 해야 한다.
사라져 갈 직업 순위를 보면 아직 사서를 꼽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을 분류하고 서가에 정리하고 대출을 관리하는 본래의 역할은 조만간 기계가 대체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난 후에도 사서라는 직업으로 갈아타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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