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31일 일요일

2016년 군포의 책으로 뺑덕을 선정한 군포사람들이 참 대견하다

오랫동안 소설을 읽지 않고 살았다. 먹고 사는 일이 팍팍해지자 사는 기술을 배울 요량으로 경영서만 파고 살았다. 영문학과를 다니며 글쓰는 일을 꿈꾸었지만 배를 곯지 않기 위해서 실용문만 쓰리라고 다짐하고 살았다.

1월에 군포시에서 배유안 작가의 뺑덕을 군포의 책이라고 선정하고 선포하는 행사를 크게 가졌다. 그 자리에서도 시큰둥했다. 그깟 소설을 2016년 군포의 책이라고 선정할게 뭐람? 좀 더 근사하고 실용적인 책을 고르지 그랬나?
행사가 끝나고 책을 받아 들었다. 누군가 읽었느냐고 물을테니 숙제하듯 읽어야 할 일이었다. 주말 오후 느긋하게 책장을 열었다.
단숨에 읽었다. 재미 있었다. 병덕이 제 어미에게 자신을 밝히지 못하고 모아 두었던 돈을 맡기고 떠나는 대목에선 코끝이 찡했다.

"자신을 구하면 누군가도 함께 구해지는 법이거늘"
"반대로 누군가를 구하면 자신을 구하기도 하지요"

심청이 공양미 삼 백석을 시주했다는 절을 찾아가 스님을 두들겨 패고 포졸에게 잡혀 옥을 살고 나온 뒤에 다시 만난 스님에게서 뜬금없는 말을 듣지만 병덕의 마음 속에는 이 말이 오래 머물렀다. 청이는 자신을 버려 아비를 살리고 병덕은 다리를 다친 어미를 업고 걸으며 상처 받은 자기 인생을 구원하고 있었다.

배유안 작가는 후기에서 오랜 친구의 삶과 심청전에 이름만 나오는 인물을 겹쳐 그린 것이라 했다. 자신의 이야기 혹은 주위에 하나쯤 있을 법한 삶에 대한 관찰과 유명한 설화에서 생략된 이야기를 버무려낸 상상력이 놀라왔다.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을 390여권 속에서 건져낸 군포시민들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참 착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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