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검색의 시대, 수집한 자료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1980년대 까지 백과사전중 최고는 브리태니커였다. 두 달치 월급을 털어서 산 전집을 뿌듯하게 보고, 첫 권부터 다읽기에 도전했던 기억이 새롭다. 브리태니커를 선택한 이유는 세일즈맨들의 노련한 방법도 있었지만 전집을 사면 멤버십 쿠폰을 주는데 한 달에 한 가지씩 200여 주제에 대한 최신 정보를 우편으로 갱신하는 제도때문이었다. 스몰비지니스, 리더십, 세계경제전망, 미래유망 비지니스 같은 주제를 요청하고 다달이 집으로 도착하는 최신 정보에 신기해 하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버릇이 되서 새로운 정보를 스크랩해서 대봉투에 담아두는 버릇은 이어졌다. 봉투귀퉁이에 주제어를 써서 주제별로 차곡차곡 모아둔 것이 꽤 많다. 글을 쓰다가 꺼내 보면 생각을 다듬는데 도움이 됐다. 비도서 자료가 도서보다 많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니 집에는 스크랩자료들이 더 많은 것이다. 그러다가 검색의 시대가 됐다. 검색창에 두드리면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스크랩할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 비도서 자료에 뉴스는 물론이고 영상까지 키워드 하나에 줄줄이 달려나오니...... 스크랩을 멈춘지 오래지만 집안 곳곳에 쌓인 대봉투 더미가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죄다 내버려도 아쉬울게 없을듯 한데 차마 그렇게 하지를 못한다. 나중에 은퇴하면 하나하나 꺼내 읽어 보고 그때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버리리라 결론내고는 미뤄두기만 한다. 언제 다시 입을 일이 있을지 몰라서 철지난 옷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구석구석 처박아두는 아내와 같은 이유에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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